러시아의 전시 경제가 민간 경제를 압도하면서 나타난 기형적 현상인 '데스노믹스'에 대해 알아봅니다. 전쟁에서 병사들이 사망할수록 경제가 성장한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와 그 배경, 그리고 장기적인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 경제에 예상치 못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데스노믹스(Deathnomics)'라 불리는 기형적인 경제 구조입니다. 이는 전쟁에서 병사들이 사망할수록 오히려 경제가 성장한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를 의미합니다.
데스노믹스의 개념은 러시아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모스크바 소재 정책 싱크탱크 소장인 블라디슬라프 이노젬체프에 의해 제시되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특정 연령대 이하 남성이 전쟁에서 사망하면 러시아 경제는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현상의 핵심은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높은 급여와 사망 시 유족에게 제공되는 막대한 보상금에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군에 모병된 젊은이들은 일반적인 러시아 청년보다 훨씬 높은 연봉과 생명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전장에서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유족은 1450만 루블, 미화로 약 15만 달러(약 2억900만 원)를 보상금으로 받습니다. 이는 평범한 러시아 시민의 평균 소득을 크게 웃도는 금액입니다. 성인 남성이 60세까지 쉬지 않고 일했을 때 벌 수 있는 누적 기대 소득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이노젬체프 소장은 "최전선에서 사망한 청년 병사가 평생 일한 중년보다 국가 경제에 훨씬 높은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전쟁 돌입 이후 러시아 경제가 군수 산업과 국방부 예산에 의존하는 기형적 형태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러시아 국방부가 유족과 군인 가족에게 지불하는 금액 덕분에, 현재 러시아의 빈곤율은 1995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백수십만 명에 이르는 군인 연봉이 사실상 빈곤층 구휼(救恤) 정책을 대신하게 된 셈입니다.
러시아 정부가 군인 수당으로 지급하는 액수는 어마어마합니다. 지난 6월까지 사망 위로금은 300억 달러(약 41조 원)에 달했습니다. 이 금액이 유족에게 전송되면서, 일부 가난한 지역의 은행 예금은 81~151%가량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서방 분석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수는 적어도 6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됩니다. 러시아 정부는 매월 3만 명의 새 병력을 자국에서 모집해 사망자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징발 병력 자원도 고갈되어 외국인 용병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1만 명 내외의 병력을 파병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데스노믹스가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합니다. 생산성 성장 없이 인위적으로 부풀어오른 소득은 러시아의 물가만 자극할 뿐입니다.
러시아 통계청은 올해 9월 인플레이션이 10%에 근접했다고 추산합니다. 특히 서민층에 가장 중요한 식량인 감자 물가는 73% 폭등했습니다. 이는 데스노믹스의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데스노믹스는 단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적 자원의 손실, 생산성 저하,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는 러시아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경제 구조는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경제적 이익과 연결 짓는 것은 인권과 생명의 가치를 경시하는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데스노믹스 현상은 전쟁이 한 국가의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영향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윤리, 인권,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입니다.
국제 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주시하며, 전쟁의 종식과 평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러시아 내부에서도 이러한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데스노믹스는 전쟁의 비극적인 현실과 그로 인한 경제적 왜곡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평화의 중요성과 건전한 경제 발전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