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학파와 행동경제학의 차이를 인간 이해, 정책 설계, 대표 사례 중심으로 비교하며 두 학파의 충돌과 융합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전통 경제학을 대표하는 시카고 학파와 인간의 비합리성을 탐구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경제학계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단순한 학문적 차이를 넘어,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에 대해 정반대의 관점을 제시한다. 이번 글에서는 두 학파의 주요 차이점과 대표 이론, 정책 적용 사례까지 비교 분석해본다.
1. 인간은 합리적인가? 시카고 vs 행동경제학
시카고 학파는 인간을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간주한다. 이들은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선택을 하고, 시장은 그런 선택들의 집합으로 효율성을 이룬다고 믿는다. 대표 인물로는 밀턴 프리드먼과 게리 베커가 있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편향(Bias)과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가진 존재라고 본다. 실험과 심리학적 관찰을 통해 사람들은 늘 합리적이지 않으며, 이 때문에 시장도 불완전하다고 본다. 대표 인물로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있다.

2. 정책 설계의 차이: 자율 대 개입
시카고 학파는 시장 중심 자율조정을 신뢰한다. 이들의 정책 기조는 간단하다: 정부는 최소한의 개입만 하면 되고, 사람은 시장에서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한다고 본다.
반대로 행동경제학은 정부의 유연한 개입, 즉 '넛지(Nudge)' 전략을 강조한다. 예컨대, 사람들이 연금에 자동 가입되도록 설정하거나, 건강한 식단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는 식이다. 이는 사람들의 비합리성을 ‘조심스럽게 유도’해 바람직한 결과를 유도하려는 방식이다.
3. 대표 사례 비교
사례 | 시카고 학파 | 행동경제학 |
---|---|---|
담배 규제 | 개인의 선택 존중, 세금으로 외부효과 보정 | 패키지 경고그림, 담배 위치 제한 등 넛지 적용 |
연금 제도 | 자율 납입 구조, 강제 가입 지양 | 자동 가입 설정, 탈퇴는 가능 (옵트아웃 방식) |
복지 정책 | 근로 유인을 해치지 않는 방식 강조 | 편견 제거, 수혜자 선택 오류 보완 설계 |
4. 학문적 충돌, 그리고 융합 가능성
이 두 학파는 오래도록 충돌해왔지만, 최근에는 융합의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의 기본 기능을 존중하면서도, 사람의 심리와 한계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등장한 것이다.
예컨대, 환경세 부과는 시카고식 경제적 유인 정책이고, 동시에 친환경 제품을 눈에 띄게 진열하는 건 넛지 전략이다. 두 접근이 상보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5. 우리는 어떤 접근을 선택할 것인가?
시카고 학파는 간결하고 이론적으로 명료한 반면, 행동경제학은 현실과 인간을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 어떤 정책이 적합할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출발점에서 ‘사람이 얼마나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에 따라, 시카고식 해법이 적절할 수도, 행동경제학의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맺으며
시카고 학파와 행동경제학은 각기 다른 길을 걷는 듯하지만, 모두 사람의 선택과 사회적 결과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부다. 우리가 정책을 만들고 평가할 때, 두 관점 모두를 이해하고 융합하는 시각이 필요하다.